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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처當處】

이 뭣고? 2020. 4. 4. 09:28

【당처當處】


​일식홀평침一息忽平沈하면,
한 생각 문득 일어났다 꺼지면,


만사萬死가 종두기從頭起니라,
만사만생萬死萬生하는 일만 죽음이 여기로 좇아 일어나느니라.

생사윤회生死輪廻다, 육도윤회六道輪廻다,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진다. 이 만사만생萬死萬生하는 지옥地獄, 어디로 좇아 일어나느냐 하면은 숨 한번 쉬는데, 한 생각 일어났다 꺼지는 데에서 판가름이 나는 것이다 그거거든.


당처불회모當處不回眸허면,
당처當處,
당처라 하는 것은, 눈으로 무엇을 보거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리거나 자최없이 한 생각이 문득 일어날 때, 일어나서 일초도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일어날 그 찰나가 바로 당처當處거든.

뭘 보면, ‘아! 저것이 무슨 물건이다. 빛깔은 무엇이다. 모냥은 무엇이다.’하고 생각이 여러가지 생각으로 이렇게 둘째 셋째 넷째번 생각으로 자꾸 이렇게 번져서 갈라져가지고 이상한데로 끌고, 끌려가거든?
그게 아니라, 일어나자마자 두 번째 생각으로 번지기 이전에, 시간은 일초에 백분의 일도 시간이 지내가기 전에, 바로 그게 당처當處거든.

당처當處에 눈동자를 돌리지 아니하면, -이 눈동자는 마음의 눈동자거든- 탁! 눈동자를 자기의 본참공안本叅公案, 깨달은 사람은 깨달은 바로 당처當處를 말헐 것이나 깨닫지 못한 사람은, 참선을 허고있는 분상分上에는 자기의 본참공안本叅公安으로 생각을 돌릴 수 밖에 없어. 자기 본참공안은 사량분별思量分別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의심, 순일무잡純一無雜한 의심疑心, 그 공안公案의 의심당처疑心當處로 생각을 돌이키지 아니하면,


​조정祖庭에 공측이空側耳니라.
조사祖師의 뜰에서 공연히 귀를 기울이는 것에 지내지 못한 것이다. 바로 조사의 방에 바로 들어가지를 못하고 저 뜨락 가장자리에 와가지고 이래- 저래 귀를 기울이고 ‘행여나 뭔 좋은 얘기꺼리가 없나’ 하고 귀를 기울이고 끼웃 끼웃허고 일생을 그러다 마는 것 밲에는 안된다 이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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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선사가 백장선사를 떠억 찾아가서, 회상에 찾아가서 뵈웁고 절을 떠억 하고 묻기를, ​
“학인學人이 부처를 알고자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어떻게 허면 부처를 깨달을 수가 있겠습니까?”

백장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마치 소를 타고 소를 찾는거와 같구나.”

대안선사가 다시 말하기를, ​
“안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백장스님이 말씀허시기를,​
“소를 탔으면 집으로 돌아갈 지니라.”

이것이 바로 참선叅禪의 모냥을 이해하기 쉽게 간결하게 문답問答을 헌 것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58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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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離當處】


“又云 有一物 於上柱天下柱地
先天地而無其始 後天地而無其終
歷千劫而不古 恒萬歲而長今
常在變用中收不得者
萬相之中 獨露者 不離當處”

또 말하였다.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위로는 하늘을 받치고 아래로는 땅을 받친다.
천지보다 먼저지만 시작이 없고,
천지보다 이후지만 그 끝이 없다.
천겁을 지나왔지만 옛이 아니요,
만세를 걸쳐도 긴 지금이다.
변용變用하는(변화하고 쓰는) 가운데 있으되 거두어 얻지 못하는 것,
만상萬相의 가운데 홀로 드러난 것으로
당처當處를 여의지 않는다.

- 蒙山德異、《達摩大師歸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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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中一箇物 無奇無特 無頭無尾 明如日黑似漆 常在諸人動用中 動用中收不得 山僧今日 等閑收得來 拈向諸人面前
汝等諸人 還會這个麽。

집안의 이 한 물건은 신기할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고,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으나, 밝기는 해와 같고, 어둡기는 칠흑과 같습니다.
항상 여러분이 동용動用하는 가운데 있으나 동용하는 가운데 거두어 얻을 수 없습니다.
산승이 오늘 무심코 그것을 붙잡아 여러분 앞에 꺼내 보이니, 여러분은 이것을 아십니까?

- 『나옹화상어록』 懶翁和尙語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