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
【묵은 해(舊歲)와 새해(新年)이 포섭包攝되지 않는 곳】
【새해 첫날 소경공의 혼령을 위한 법어
이 새로운 날(新)과 옛 날(舊)이 교차하는 것을 당當하여 특별히 한 향로의 향香을 시설施設하고, 나아가 향香을 꽂으시고 이르시되,
"어제는 묵은 해(舊歲)이고 오늘은 새해(新年)인데, 그 가운데 있는[中有:중음中陰] 일구一句의 사람(子)은, 새로움(新)과 옛(舊) 양 쪽에 다 포섭包攝되지 않습니다.
소경공昭頃公 선가仚駕여! 신구新舊에 포섭되지 않는 一句를 알고 싶으십니까?
양구良久하고 이르시되, 새로움(新)과 옛(舊)에 포섭包攝되지 않는 곳을 알고자 할진댄, 모름지기 향 연기 일어나는 곳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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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旦爲昭頃公仙駕下語 奉爲昭頃公仙駕 是當新舊之交 特設一爐之香 遂揷香云 昨日是舊歲 今朝是新年 中有一句子 新舊兩不攝昭頃公仚駕 欲識不攝新舊底一句麽良久云 欲識不攝新舊底須向香煙起處看
- 『함허당득통화상어록 涵虛堂得通和尙語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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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몸을 가진 모든 영가에게.
이 새로운 날(新)과 지나간 날(舊)이 교차하는 날을 맞이하여 특별特別히 한 향로의 향香을 시설施設하고(마련하고), 나아가 거기에 향香을 꽂으시고 말씀하시되,
"어제는 묵은 해(舊歲)이고 오늘은 새해(新年)인데, 그 가운데에 있는[中有:중음中陰] 진실眞實한 사람은, 새로움(新)과 옛일(舊), 지난 과거의 기억과 아직 오지 않은 불안한 미래의 양쪽 일(二法)에 다 포섭包攝되거나 끌려다니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전생前生과 내생來生을 오가며 괴로워 하지 않습니다.”
“님이여!
새로 올 일과 옛 일(신구新舊)에 끌려다니지 않는 진실眞實한 사람이 되고 싶으십니까?”
묵묵히 말없이 계시다가 이르시되,
“새로움(新)과 옛(舊)에 포섭包攝되거나 끄달리지 않는 곳을 알고 싶을진댄, 모름지기 발갛게 타고 있는 ‘향香 연기 일어나는 그곳’을 보십시오.”
“지나간 과거過去의 기억은 향香 연기로 흩어져 이미 사라져 가고 있으며, 아직 태울 수 있는, 태워야 하는 미래未來는 길거나 혹은 짧게 아직 타지 않고 그렇게 남아있습니다.
사라진 것과 남은것에 대한 ‘미련’과 ‘불안함’으로 현재現在를 도둑맞으며 애 태우지 않는 법은, ‘그저 순간에서 순간으로 스스로를 밝게 비추며 태워 나가는 것’ 뿐입니다.”
“우리의 한 생각 한 생각이 일어나는 곳과, 한 동작 한 동작이 일어나는 그 순간인 ‘지금只今’을 깨달으며 자기自己 주인공主人公을 스스로에게 물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사소些少한(보잘것 없는) 이 ‘일상日常’은, 뜨고 지지 않는 두렷한 해(日)가 되어 언제나(常) 우리 있는 자리에서 새롭게 빛나게 될(발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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