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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曲芝歌, 한 곡조의 지초芝草 캐는 노래】

이 뭣고? 2019. 8. 3. 06:06

적하위망적하진(摘何爲妄摘何眞) 무엇을 가리켜 망령된 것이라 하고 무엇을 가리켜 참이라 하는가
진망유래총부진(眞妄由來總不眞) 진이니 망이니 하는 게 본래 다 참되지 못한데서 일어나는 것이니라
하비엽하추용결(霞飛葉下秋容潔) 안개가 날고 잎이 떨어져서 가을빛이 깨끗해지면
의구청산대면진(依舊靑山對面眞) 옛을 의지해서 푸른 산의 면목이 드러나리라.

- 경허성우 ‘與永明堂 行佛靈途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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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하위망적하진摘何爲妄摘何眞고.
무엇을 가리켜서 망령된 거짓말이라, 거짓것이다 하고,
또 무엇을 가리켜서 참이라 할것이냐.

진만유래총부진眞妄由來總不眞이다.
진이니 망이니 한 것이 본래 다 그것이 참다운 것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참이요 저것은 거짓이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며, 이러헌 시비심이 일어나면 진이라고 헌 놈도 참이 아니요 망이라 한 놈도 참이 아니여.
진이니 망이니 한 것이 본래 참이 아니다.

하비엽하추용걸霞飛葉下秋容潔하면,
안개가 날으고 잎이 떨어지면 가을 빛이 맑아진다.
가을 안개가 날아 서리가 쳐서 잎이 다 져버리면 그때 추색秋色이 강산에 깨끗해지면.

의구청산대면진依舊靑山對面眞이여.
옛을 의지해서 푸른 산만 떠억, 본 푸른 청산靑山의 면목面目만이 드러나더라 그말이여.
울긋불긋 잎이 피고 꽃이 피고 헐 때에는 그런 잎과 꽃에 가리어서 그 산의 참 모습이 드러나지 않지만, 서리쳐서 잎이 다 떨어지고 꽃도 다 져버리고 그러면 본래 그 산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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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원공명단원산(不願功名但願山) 세간의 공명을 원하지 않고 오직 청산에 살기를 바래서
산중채약기년간(山中採藥幾年間) 산중에서 약을 캐기를 몇 해나 되었는가
심심송뢰연하리(深深松籟烟霞裏) 깊고 깊은 솔바람 불고 안개가 자욱한 곳에
일곡지가만경한(一曲芝歌萬境閑) 한 곡조 지초 캐는 노래에 일만 경계가 한가하더라.

- 경허성우 ‘次採藥商 趙氏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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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원공명단원산不願功名但願山하고,
세속의 공명, 부귀영화 공명은 원하지 아니하고 다맛 산 만을 원해. 산중에 세속, 세속은 다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여. 다 버려 버리고 산중에 들어가서 살기를 원해서, 원하고.

산중채락기년간山中採藥幾年間이다.
그래서 산중에 들어가 가지고 약을 캐기를 몇년이나 했던가.

심심송뢰연하리深深松籟烟霞裏에,
깊고 깊은 솔바람 불고 안개 낀 속에

일곡지가만경한一曲芝歌萬境閑이로구나.
한 곡 지초芝草캐는 노래가, 노래에 일만 경계가 한가하구나.



세속을 다 버려버리고 이 산중에 들어가서 약초를 캐.
당귀도 캐고 백출도 캐고. 지초... 요새 영지靈芝라고, 영지버섯이라 해가지고 요새 많이 사람들이 이 수명 장수를 허기 위해서, 또 모든 병을 고치기 위해서 헌데, 그 지초芝草, 지라고 허는 것이 영지靈芝버섯인데, 드 신선들이 차로 대려먹는 그런 약인데 이 지초캐는 노래.
지초의 노래에 일만 경계가 한가해.
지금 여러분들은 이 속가를 다 버리고 산중에 들어가서 약초를 캐묵고 사는 할아버지를 보신 일이 있는가 모르겠습니다마는, 산중에는 그 꼴망테를 짊어지고 그 약초캐는 괭이, 그 뽀족한 괭이를 가지고서 그 설악산, 오대산 그런 산중에 댕이면서 에... 산삼도 캐고 온갖 소중한 약초도 캐고 해서 자기도 달여먹고 그걸 팔아서 양식도 사고허는 그 채락꾼이 있습니다.
그 채락꾼은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그 먹고 살기 위해서 그 약을 캐는 그러헌 촌 사람이 아니라, 정말 그 세속에 그런 그 시비와 공명과 모다 그 이 탐진, 탐욕과 모다 그런 시기와 질투 그런 생각이 다 떨어져 버리고 그 눈빛이 너무너무 맑고 깨끗하고 샛별 같애서​​-그 눈빛을 보면 그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는데- 그 채락하는 그 할아버지의 눈빛을 보면 정말 이 뭐 이 참선을 하고 무슨 염불을 하고 허는 그런 냄새도 없이 그렇게 이 명산을 다니면서 약초를 캐는 가운데에 그렇게 마음에 수양이 되어서 그런지 그렇게 얼굴도 맑고 눈빛도 깨끗허고, 말을 시켜보면 그렇게 소박하고 그렇다 그말이여.
산, 출가해가지고 참선하고 도를 닦는 스님네를 지금 약초캐는 그 할아버지한테 비유해서 지금 읊어진 시라고 생각이 됩니다.

깊고 깊은 그 솔바람 불고 안개가 낀 그 깊은 산중에서 지초캐는, 약초캐는 그 한 곡조에 이 강산이 한가하다 그말이여.

- 송담선사 법문 27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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