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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우는 까닭]

이 뭣고? 2018. 9. 23. 21:09

[​닭이 우는 까​닭]

옛날에 닭은 집에서 자라지 않고 산에서 자유롭게 자랐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사람이 닭에게 와서 말하길,

“닭아! 나를 따라서 집에가면 내가 좋은 집에다가 추운 겨울에도 따듯하게 불을 지펴주고 매일 끼니마다 맛있는 밥을 때맞춰서 줄테니 끼니 걱정 이제 그만하고 날 따라서 집으로 가자!”

그러니 닭이, “거짓말 마세요! 당신을 따라가면 우릴 잡아먹을 속셈이죠? 잡아먹히느니 차라리 배가 고파도 이 산에서 가족들이랑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 야! 그러지 말고 나를 따라서 집으로 가자! 너흰 너희들이 가진 그 깃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니? 그리고 그 목에 달린 그 붉은 벼슬은 또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지? 다른 짐승들이나 나쁜 사람들한테 잃어버리기 전에 내가 그 벼슬을 소중하게 지켜주마. 그 멋진 벼슬을 흔들며 날개짓 하는 너희를 아침 저녁으로 볼 수만 있다면 내가 또 무얼 너희에게 바랄게 있겠니?”

한참을 거절하며 궁리한 끝에 의심에 찬 목소리로,
“..... 진짜로 매일 밥도 주고 따듯하게 해주고 내 벼슬도 지켜주며 내 가족들도 다 예뻐해주고 잡아먹지도 않을건가요?”

“그럼~! 너희들이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지낸다는건 말도 안돼지. 최고로 소중하게 대하고 잘 지켜줄거야!”

“진짜지요? 꼭! 꼭! 약속을 지켜야합니다.”

“ 그래 내 꼭! 약속을 지키마! 어서 이리로 오렴”

이렇게 닭의 일가족들은 그 사람을 따라서 집으로 따라가서 매일 매일 끼니마다 맛있는 밥을 먹으며 따듯한 이불 위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며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그런데 몇일 밤을 자고나서 아침이 되고보면 닭이 한마리씩 한마리씩 사라져 보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아빠 닭은 주인이 지난 날의 약속을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주인의 기억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기 위해서 새벽 마다 힘껏 소리쳐서 외쳤다.

“꼭- 이요~~~~~!”
“꼭- 이요~~~~~!”

그리고 낮이되서 모이를 주러 주인이 닭장에 들어오면 또 이렇게 말했다.

“ 꼭 꼭 꼭! 꼭 꼭 꼭!(약속 지켜요!)”

새벽과 낮으로 외치는 이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 어린 병아리들도 세세 손손 크면서 이 말을 배워서 새벽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외치게 되었다고 한다.

“꼭- 끼요~~~~~!”

또 낮이 되면,

“꼭꼭 꼭(속지 말자)! 꼭 꼭 꼭(속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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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학처럼】

籠鷄有食湯鍋近
野鶴無糧天地寬
願入松風蘿月下
長觀無漏祖師禪

​농계籠鷄는 유식탕와근有食湯鍋近이요,
닭장 속에 갇혀서 살고 있는 닭은 때맞춰서 먹이를 주기 때문에 배가 부르다 말이여.
그러나 머지않아서 펄펄 끓는 전골냄비가 가깝고.

야학野鶴은 무량천지관無糧天地寬이다.
들에 날아다니는 학은 아무도 식량을 때맞춰서 준 사람도 없지마는 동서남북 마음대로 날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천지天地가 너그럽다, 넓다 그말이여.

​원입송풍나월하願入松風蘿月下하야,
장관무루조사선이다長觀無漏祖師禪.

솔바람 불고 칡 달이 밝은 그 아래 들어가서
오래-도록 무루無漏 조사선祖師禪을 관觀하고자 한다.


- 송담선사 법문 714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