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방울물이 얼음됨은 진실로 그러하나】

이 뭣고? 2020. 8. 31. 22:17


【滴水成氷信有之】

滴水成氷信有之허되
綠楊芳草色依依로구나
秋月春花無限意를
不妨閑聽鷓鴣啼로구나

물방울이 찰나에 얼음이 되어 버려서 어찌 해볼 수 없으되,(물방울이 얼음 됨이 정말로 그러하나)
푸른 버드나무와 아름다운 풀의 빛깔이 아련하구나.
가을에 뜨는 휘황창 밝은 달, 그리고 봄에 피는 울긋불긋 아름답게 피는 봄에 꽃들의 그 한 없는 깊은 뜻은,
자고새가 노래하는 것을 한가히 듣는 것도 또한 방해롭지가 않다.

- 금강경 오가해 설의. 함허.




적수성빙신유지滴水成氷信有之나,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되게 강추위를 할 때에 문고리를 손으로 잡으면 손가락이 문고리에, 문고리에 쩍쩍 들어붙습니다.
그럴 때에는 물방울이 뚝- 떨어지면 그 찰라간에 그 물방울이 얼음이 되고, 또 물방울이 떨어진 쪽쪽 얼음이 되고 말아 버립니다.

진리眞理를, 우리 마음자리, 본성本性자리, ​우주의 진리는 물방울이 떨어지자마자 쩍- 찰라간에 얼음덩어리가 되아 버려서 어찌 해볼 수 없듯이, 진리는 눈으로 볼라야 볼 수 없고, 손으로 잡을라야 잡을 수도 없고, 생각으로 더듬어서 알랴고 아무리 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무슨 모양이 있어야 눈으로 볼 수가 있고, 모양이 있어야 손으로 잡을 수도 있고, 무슨 자최가 있어야 귀로 들을 수가 있을 텐데, 일체 색상色相이 없기 때문에 볼라야 볼 수도 없고, 들을라야 들을 수도 없고, 코로 맡을라야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고, 손으로 잡을라야 잡을 수도 없어.


그런데 녹양방초색의의綠楊芳草色依依로구나.
​푸른 버드나무와 아름다운 풀이 빛깔이 아련하구나.
눈으로 볼라야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라야 들을 수도 없고, 손으로 잡을라야 잡을 수도 없는 그 당체當体가 진리의 근본체根本体라고 한다면, 그 진리가 일양一樣으로 그렇게 꽁꽁 얼어 붙어서 아무 작용도 없이 그러냐 하면 그런 것이 아니고,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이 오면 잎이 무성하고, 가을이 되면은 오곡백과가 익어서 열매가, 열매를 맺고, 꽃은 피어서 울긋불긋하고, 새는 여기저기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그리고 흰 구름은 하늘을, 파란 하늘을 날으고, 맑은 물은 시내로 졸졸 흘러가는,
이것이 또한 꽁꽁 얼어붙었던 그 얼음덩어리가 봄이 돌아오면은 녹아서 흐르게 되면 그 물로 농사도 짓고, 그 물로 빨래도 하고, 그 물을, 맑은 물을 사람이 마셔서 목을 적시기도 하고, 이런 것이다 그 말이여.


추월춘화무한의秋月春花無限意,
​가을에 뜨는 휘황창 밝은 달, 그리고 봄에 피는 울긋불긋 아름답게 피는 봄에 꽃들의 그 한없는 깊은 뜻은,


불방한청자고제不妨閑聽鷓鴣啼라.
​가을에 달 밝고 봄에 울긋불긋 꽃이 피는 가운데 자고새, 자고새가 노래하는 것을 한가히 듣는 것도 또한 방해롭지가 않다.

만약에 진리眞理가 일양一樣으로 얼음 덩어리로만 있다면 그것은 죽은 진리여. 그러헌 진리로만 알고 그 진리를 찾는다면 무량겁을 두고 찾아도 우리는 참 진리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을에 휘양창 밝은 달이 그 진리의 한 모습이요, 봄에 울긋불긋 피는 아름다운 꽃도 진리의 얼굴이요, 숲 속에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자고새의 노래 소리가 진리의 표현일, 표현이기 때문에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 귀로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모든 물건, 생각으로 알 수 있는 모든 사물, 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진리眞理의 근본根本을 우리는 거기서 밝힐 줄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말씀을 드리기를, '눈으로 어떠헌 산을 보거나 꽃을 보거나 나무를 보거나 새를 보거나 구름을 보거나, 눈으로 무엇이든지 보았을 때 그 보는 찰라에 '이 뭣고?'를 하라고 권고勸告를 했고, 귀로 어떠헌 소리가 귀에 들려오던지 그 소리가 기차 소리가 되았건, 자동차 소리가 되았건, 개 짖는 소리가 되았건, 벼락치는 소리가 되았건, 누가 나에게 욕을 허는 소리가 되았건, 무슨 소리가 되았건 내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려올 그 찰라를 놓치지 말고 '이 뭣고?'를 들어라, 생각해라' 이렇게 말씀을 했습니다.

왜 그러냐?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통해서 우리는 그 그것을 버리고 진리를 찾아서는 진리는 찾을 길이 없는 것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 그 소리 듣는 그놈을 여의고 따로 진리는 찾을 길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 도리道理를 깨닫지 못해서 오늘날까지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하고는 있지만은 언제라도 어데서라도 우리는 진리眞理의 눈을 뜰 수 있는 너무나도 고마운 '장소'와 '시간'과 '조건' 속에 우리는 놓여 있는 것입니다 .

단1 초 동안도 그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그 때와 장소를 떠나서는 우리는 살수가 없는 것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149번.

—————————
冶父

滴水成氷 信有之、綠楊芳草色依依。
秋月春花無限意、不妨閑聽鷓鴣啼

說誼

此事、寒威威冷湫湫。
滴水滴凍、江河絶流、纖塵不立、寸草不生。
雖然如是、寒暄、不常。日煖風和、山川競秀、玄黃可判、黑白分明。
伊麽則秋月春花無限事 各各自有無限意、事事一一天眞、着着可以明宗、可以向翠竹黃花邊、明得此事、可以向鶯吟燕語邊、明得此事。
以至一見一聞、一一皆是發機的時節、一色一香、一一開我活眼的物事、須信道。山僧、未陞座、 風鐸、已搖舌。

이 일은, 사납게 냉랭하고 으스스하게 쌀쌀하다.
한방울 한방울 떨어진 처마에 물이 방울마다 얼어붙고, 강과 하천도 꽁꽁 얼어붙어 흐름이 끊어지고, 실오라기 하나 먼지 하나도 그 사이에 건립되지 못하며, 한치의 풀도 돋아나지 못하는 엄숙嚴肅한 경지境地다.

비록 이와 같다고 하나 추움과 따듯한 것은 항상 그렇기만 한 것이 아니어서 날이 따뜻하고 바람이 화기和氣가 있으면 산천山川이 아름다움을 다투고 하늘과 땅을 판단할 수 있으며, 검고 흰 것이 분명해진다.

그렇게 되면 가을 달, 봄 꽃의 한 없는 일에 각기 나름대로 무한한 뜻이 있게되고, 일마다 그 하나 하나가 천진天眞하며, 그 하나 하나에서 종지宗旨를 밝힐 수 있게 되어, 푸른 대나무와 노란 꽃 피어있는 곳을 향해서도 이 일을 밝힐 수 있고, 꾀꼬리 노래하고 제비 재잘거리는 곳을 향해서도 이일을 밝힐 수가 있다.

이로서 한 번 보고 한 번 들은 것에 이르기까지 그 하나하나가 모두 기틀이 발發하는 시절時節이 되고, 하나의 색 하나의 향기도 그 하나 하나가 나의 살아있는 눈(活眼)의 물건이며 일이니, 모름지기 내가 하는 이 말을 믿을지니라.

【이 산승이 법좌에 오르기 전에 이미 처마끝에 풍경소리가 잘 설해 주었느니라】

- [금강경 오가해 설의 第二十二 無法可得分- 함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