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 20:38ㆍ짧은 글
石依於竹
竹依於石
弱草靡花
夾雜不得
바위는 대나무에 기대고
대나무는 바위에 기댄다.
여린 풀 고운 꽃들
끼어들지 못하게.
竹君子
石大人
千歲友
四時春
대나무는 군자君子요
바위는 대인大人이라.
천년千歲의 벗으로
사시四時가 봄이라.
咬定靑山不放鬆
立根原在破巖中
千磨萬擊還堅勁
任爾東西南北風
청산을 악물고 놓아주지 않은 채
뿌리를 쪼개진 바위틈으로 나려 세웠네.
천 번 만 번 두들겨도 꼿꼿하기만 하니
동서남북 사방으로 바람이야 불든 말든.
十笏茅齋, 一方天井, 修竹數竿,石筍數尺,其地無多,其費亦無多也,而風中雨中有聲,日中月中有影,詩中酒中有情,閒中悶中有伴,非唯我愛竹石,卽竹石亦愛我也,
彼千金萬金造園亭,或遊宦四方,終其身不能歸享,而吾輩欲遊名山大川,又一時不得卽往,何如一室小景,有情有味, 歷久彌新乎! 對此畫,搆此境,何難斂之則退藏於密,亦復放之可彌六合也
좁디좁은 오두막, 네모난 뜰 하나, 쭉 뻗은 대나무 몇 그루, 몇 척이나 되는 석순, 그 땅이 넓지 않으니 값 또한 비쌀 리 없다. 그러나 바람 불고 비 오면 소리 들려주고, 해 솟고 달 뜨면 그림자 만들어주고, 시짓고 술 마실 땐 정취를 불어 일으키고, 한가할 때나 답답할 때면 벗이 되어주니, 나 혼자만 대와 바위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대와 바위 또한 나를 좋아하게 된다.
저 부유한 사람들은 천만금을 들여 정원과 정자를
꾸며놓고도 사방팔방 벼슬길에 오르느라 끝내 돌아가 즐기지도 못한다. 허나 나 같은 사람들은 유명한 산천을 두루 유람하고 싶어도 잠시 떠나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러니 방 한칸짜리 작은 오두막에 들르는 느낌과 재미가 어찌 갈수록 새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그림을 마주하
고 그 정경을 구상한 다음, 그것들을 모아 은밀히 숨겨두었다가 더 큰 의경을 만들 때 다시 꺼내 쓰는 것이 그 어찌 어려운 일이겠는가!
不過數片葉
滿紙混是節
萬物要見根
非徒觀半截
風雨不能搖
雪霜頗能涉
紙外更相尋
干雲上天闕
잎은 그저 몇 조각 뿐,
종이 그득 마디들이네.
만물은 무릇 뿌리까지 봐야지,
반 뚝 잘라진 것만 볼 게 아니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눈서리도 견뎌낼 수 있다네.
종이밖을 다시 살펴보면
구름 뚫고 하늘궁전까지 오르고 있다네.
- 장판교板橋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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