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0. 12:20ㆍ카테고리 없음
황벽(黃檗) 선사는 『종일 밥을 먹되 한 알톨의쌀도 씹은 바가 없고, 종일 걷되 한 조각 땅도 밟은 바가 없고, 이렇게 정진을 해 가면 그 사람에게는 인상(人相)도, 아상(我相)도 거기에는 있을 수가 없어.』
종일(終日) 무엇인가 아침에 일어나면은 이 닦고, 세수하고, 예불하고, 입선하고, 방선하고, 또 아침 공양하고, 공양하고 나서 양치질하고, 입선시간 되면 또 입선하고, 하루 종일 새벽에 일어나서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무엇인가 하고 있는데, 그 일체사(一切事)를 여의지를 않애.
그냥 다 그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주어진 일이고, 하루를 살다보면은 무엇인가 해야 하거든. 몸을 움직이거나 손을 움직이거나, 또 앉았거나 섰거나 걸어가거나, 또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무엇인가 하는데, 정진한답시고 그걸 다 관두고, 다 여의어 버리고 살 수는 없는 것이여.
무엇인가 하는데 ‘하되, 그 경계(境界)에 집착하지 말아라’ 이거거든. 그 경계에 현혹(眩惑)되지 말아라.
무엇인가 하되 집착하지 않고 현혹되지 아니하려면, 하면서 화두가 독로하도록 자기의 본참공안(本參公案)에대한 의단(疑團)이 독로(獨露)하도록 잡드리 하는 거여. 알 수 없는 의단이 항상 현전(現前)하도록 거기다가초점을 맞추는 거여.
처음에는 그럴려고 아무리 해도 금방 경계에 속고, 속아서 집착하고, 집착하다 보면 퍼뜩 깨우쳐서 다시 또 화두를 들고 그러기 마련인데, 중단하지 않고 신심(信心)과 분심(憤心)을 버리지 않고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할려고 안 해도 그렇게 되어진 때가 오는 것입니다.
시시때때로 생각 생각이 일체상(一切相)을 보지를 말아라. 다른 사람이 웃거나 울거나, 앉았거나 섰거나, 잘하거나 못하거나, 다른 사람 시비(是非)를 가리지 말라 이거거든. 가릴 시간이 없어.
시간도 지나간 시간 지나간 일을 따질 것 없고, 현재 자기가 처해 있는 그 시간도 따질 것이 없고, 아직 오지아니한 미래에 대해서 그걸 붙잡고 늘어지지 말라 이거여.
여름에 더울 때는 벌써 반살림 지내면은 ‘어서 빨리 해제(解制)를 했으면! 해제를 하면 어디로 갈까?’ 그런 생각들, 겨울에는 납월 팔일(臘月八日) 용맹정진이 끝나면은 벌써 해제 다 한 거와 같이 걸망 챙기고, 벌써 해제하면 어디 갈 거 생각하고 그렇게 되는 수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지나간 시간,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해서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라 말할 수가 있습니다.
언제나 한 생각 한 생각을 의단이 독로하도록 잡드리를해 가되 항상 안연단좌(安然端坐)여.
태산(泰山)과 같은 묵직한 그런 마음으로 터억 앉아서 시간과 공간에 집착하지 말고, 거기에 끄달리지 말고 다못 의단만 독로하도록 그렇게 잡드리를 해 가라. 그렇게 노력하고 노력을 해 가야지!
『이 불법 문중(佛法門中)에서 천인(千人) 만인(萬人)이 다 참선한다고 하지만 겨우 서너 사람, 너댓 사람 밖에는 정말 확철대오(廓徹大悟)한 사람이 그렇게 드물다』이거여. 그렇게 황벽 스님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정말 이 일대사(一大事) 문제.
「화두를 거각해서 의단이 독로해서 순일무잡해 가지고타성일편(打成一片)해서 의단을 타파(打破)해 가지고, 자기 본래면목(本來面目)을 확철대오한다」고 하는 이일대사 문제를 자기의 온 목숨을 거기다 걸고서, 정말 철저하게 해 나가지 아니하면 정말 천인 만인 가운데 세 사람, 네 사람 나오기가 어렵다고 한 황벽 스님의 말씀이 맞아떨어질 수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송담선사 법문 55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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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 如何得不落階級
문。어떻게 해야 계급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師云 終日喫飯 未曾咬著一粒米
답。종일토록 밥을 먹되 일찍이 한 톨의 쌀도 씹은 바가 없으며,
終日行 未曾踏著一片地
종일토록 다니되 한 조각의 땅도 밟은 바가 없다.
與摩時 無人我等相
이러한 때에는 남이다 나다 하는 相이 없다.
終日不離一切事
종일토록 일체의 일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不被諸境惑 方名自在人
모든 경계에 미혹되지 않아야 비로소 '자재인'이라 하느니라.
更時時念念 不見一切相
다시 시간시간 생각 생각에, 일체의 相을 보지 않으며
莫認前後三際
앞뒤의 삼제(과거 현재 미래)를 헤아리지 말라.
前際無去 今際無住 後際無來
과거라는 지나감이 없고, 현재라는 머무름이 없으며, 미래라는 옴이 없으니,
安然端坐 任運不拘
편안하고 단정하게 앉아, 움직이는 대로 내맡겨 얽매이지 않아야만,
方名解脫 努力努力
비로서 해탈이라 할 수 있으니 노력하고 또 노력하라.
此門中千人萬人 只得三箇五箇
이 문중의 천 사람 만 사람 가운데서 단지 셋 내지 다섯 만 얻을 뿐이니
若不將爲事 受殃有日在
만약 이 일대사를 위하는데 나아가지 아니하면 재앙을 받는 날이 있을 것이다.
故云 著力今生 須了卻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금생에 힘써 깨달아 마쳐버린다면
誰能累劫受餘殃
어느 누가 겁이 다하도록 남은 재앙을 받겠는가' 하였느니라.
黃檗山 斷際禪師 傳心法要。
황벽산 단제선사의 전심법요。